2018.10.02 12:34

기억의 일부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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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지막 봄날에

 

신도시에 서있는

건물 유리창의

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

 

쓸쓸한 마당 한 귀퉁이에 툭 떨어지면

윗채가 뜯긴 자리에

무성한 푸성귀처럼 어둠이 자라나고

등뒤에서는 해가 지는지

 

지붕 위에 혼자 남아있던

검은 얼굴의 폐타이어가

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을

공연히 헛 돌리고

타워 크레인에 걸려있던 햇살이

누구의 집이었던

 

넓혀진 길의 폭만큼

삶의 자리를 양보해 주었지만

포크레인은 무르익기 시작한 봄을

몇 시간만에 잘게 부수어 버렸다

 

붉은 페인트로 철거 날짜가 적힌

금간 담벼락으로 메마른

슬픔이 타고 오르면

기억의 일부가 빠져

나가버린 이 골목에는

먼지 앉은 저녁

햇살이 낮게 지나간다

 

떠난 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

이유를 알고있는

오래된 우물만 스스로

제 수위를 줄여 나갔다

 

지붕은 두터운 먼지를 눌러 쓰고

지붕아래 사는 사람들은

이제 서로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

 

낯익은 집들이 서 있던 자리에

새로운 길이 뚫리고, 누군가 가꾸어 둔

열무밭의 어린 풋것들만

까치발을 들고 봄볕을 쬐고 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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